궁정식 사랑: 모순과 미완의 마주침이 완성하는 순환원
‘궁정식 사랑(amour courtois)’이라는 말은 가스통 파리스가 크레티앵 드 트루아의 『죄수 마차를 탄 기사』에 관해 쓴 논문에서 처음 사용된 말이다. 그가 관찰한 궁정식 사랑의 전형적 특징은 네 가지다. 첫째, 부부 사이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혼외의 사랑을 그린다. 둘째, 귀부인이라는 상류층 여성은 남성 구애자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고 때로는 구애자를 막대하거나 경멸하기도 한다. 셋째, 구애자는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무엇이든 행하며, 여성의 부정적 피드백은 구애자의 용기를 불러일으키는 수단에 불과하다. 넷째, 사랑에는 나름의 준칙이 있어 이것을 지켜야만 한다. 이들을 중세 문학 특유의 모순들과 연관짓는다면 중세 기사 로맨스의 본질을 알아낼 수 있다. 파리스가 궁정식 사랑의 두 번째 특징으로 지적한..
글자로 말하는 것들/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기
2021. 6. 23. 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