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환대할 수 있다는 권력
철학자 한병철은 그의 에세이 『에로스의 종말』에서, 순수한 외부, 완전한 타자의 파국적 침입으로의 사랑에 대해 언급한다. 그에 따르면 그러한 파국적 침입은 주체의 정상적인 균형 상태를 깨뜨리는 재난이다. 이 글에서 이야기할 환대는 사랑과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지만, 그의 논지는 환대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를 확장하는 데에 있어 도움이 될 듯하다. 고대 서구 사회에서 이방인은 순수한 외부에서 온 완전한 타자이다. 손님의 신분을 증명해 줄 여권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계정도 없던 시절, 이방인을 맞이한다는 것은 자신 또는 자신이 속한 사회가 유지하고 있던 평화로운 균형을 깨뜨리는 재난과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다만 여행자로서의 입장이 더욱 혹독하다는 점 역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인간에게 친절하지 ..
글자로 말하는 것들/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기
2021. 5. 3. 18:00